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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을 의심한 남자, 흔들린 지구 — Bugonia 후기

오봉붕 2025. 12. 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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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무기가 될 때 —
부고니아 감상기






티스토리에는 조금 더 솔직하게 적어볼게요. 부고니아는 보는 내내 제 감정이 들쑥날쑥해서 꽤 힘든 영화였어요. 하지만 동시에 눈을 떼기 힘들 만큼 흡입력 있었고, ‘이게 뭘까?’를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어요. 벌의 실종과 병드는 지구, 그리고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음모론… 이런 키워드를 좋아해서 기대하고 갔는데, 막상 핵심은 환경이 아니라 인간의 불안이더라고요. 테디는 외계인의 침공을 믿음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려는 사람처럼 보였어요. 이상하지만 너무 인간적인 모습이어서, 한참 동안 마음이 복잡하게 뒤엉켰어요.



엠마 스톤이 연기한 ‘미셸’은 무척 차갑고 은근히 불쾌한데, 그걸 정확히 설명하기가 어려운 묘한 인물이에요. 마치 인간적인데 인간적이지 않은 느낌? 그래서 테디와 부딪힐 때 감정의 결이 완전히 달라서, 같은 장면을 보고 있어도 저는 두 사람 사이에서 자꾸 시선을 빼앗겼어요. 테디의 확신은 광기로 향하고, 미셸은 그 광기 속에서도 담담하게 버티죠. 그 미묘한 균열이 너무 현실적이라, 제가 평소 피하고 싶던 감정들을 건드린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이 영화 리뷰를 쓰면서도 마음이 좀 꺼끌거리네요.



무엇보다 제가 제일 인상 깊었던 건 영화의 ‘침묵’이었어요. 요르고스 란티모스 특유의 건조함이 부고니아에서도 그대로 살아 있는데, 이번엔 그 침묵이 사람을 꽤 심하게 압박해요. 테디와 돈의 관계, 미셸을 가둔 지하실의 폐쇄감, 그리고 벌레 같은 소리들이 만들어내는 긴장… 이런 것들이 단순한 공포나 스릴러의 느낌이 아니라, 내면을 찌르는 불안으로 다가와요. 그래서 다 보고 나니 ‘내가 방금 본 이 영화가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 한 걸까?’ 하고 계속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결론적으로 부고니아는 절대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작품이기도 했어요. 영화관에서 나오며 느꼈던 혼란스러운 감정, 조금 무섭고 조금 슬프고 조금 허무했던 그 감정들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어요. 그리고 바로 그 부분 때문에 저는 이 영화를 추천 영화라고 말하고 싶어요. 요즘 보기 드문,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2025년 신작 영화였거든요. 서툴지만, 제 감정 그대로 적어봤어요. 누군가에겐 불편한 영화일 거고, 또 누군가에겐 마음을 건드리는 작품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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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같은 절망, 아름다운 잔혹함 — 도쿄 구울 리뷰 - https://essay6505.tistory.com/m/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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